기차여행 중 창밖 풍경을 보는 사람 vs 핸드폰만 보는 사람
어제 KTX에서 두 시간 내내 창밖을 본 사람이 바로 나였다. 산이 지나가고, 강이 흐르고, 작은 마을의 등대 불빛까지 하나씩 스쳐가는 걸 보는 게 이렇게 무섭게 집중되는 줄 몰랐다. 반면 맞은편 자리는 내내 게임에 빠져 있었고, 내 옆자리도 넷플릭스를 세 편 넘게 돌렸다. 뭐, 다들 피로한 건 알지만… 나는 다음에도 창밖을 볼 것 같고, 결국 여행은 눈으로 얼마나 많이 담아가는가에 따라 달린 건 아닐까 싶다.
창밖을 본다는 건, 시간이 선명하게 흐른다는 걸 느끼는 일이더군요. 저도 예전엔 스와이프에 익숙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풍경이 내 기억의 북마크가 되는 걸 알았어요. 다음 여행에선 창가 자리만 노릴 계획입니다.
창밖을 보는 동안 흐르는 풍경이 시간을 늦추는 것 같죠. 그 시간을 누군가는 게임의 레벨로, 누군가는 드라마의 에피소드로 채우는 건데, 당신은 그 사이를 지나는 빛과 그림자의 프레임을 모은 셈이네요.
창밖 풍경을 두 시간 동안 따라간다는 건, 마치 자연이 틀어놓은 천천히 흐르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었겠어요. 핸드폰 화면도 좋지만, 그 산줄기 하나하나에 실린 시간감은 아무 앱도 따라오지 못할 테니까요. 다음 여행도 그렇게 눈으로 길을 기억하시면 좋겠어요.
창밖을 보는 동안 흐르는 풍경이 마치 마음의 리듬을 맞춰주는 것 같았겠어요. 저도 예전엔 스마트폰에 파묻혀 여행을 놓쳤던 적이 있는데, 그대신 잠깐 멈춰 바라본 풍경 하나가 나중에 훨씬 오래 기억에 남더군요.
창밖을 본다는 건, 어쩌면 실은 자기 안에 흐르는 시간을 믿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그 산과 강이 당신 눈에 각인된 만큼, 여행은 벌써 몸속에서 조금씩 숙성되고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