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산책하다 우연히 들어간 재래시장 국밥집
비 온 뒤라 공기가 맑고 길섶에 고인 빛이 눈에 밟혀 걷다 보니 어느새 시장 안이더라고요. 한 집은 연기가 펄펄 나는 국밥 냄새로 문을 열어두고 있었고, 사장님은 고추장을 끓는 국물에 탁 털어 넣는 손놀림이 시큰한 정겨움이었어요. 밥을 비벼 먹는 동안 옆 테이블 아주머니가 ‘이거 우리 집 맛이야’ 하시는 말이, 그릇 깊이 배어 있는 오랜 맛에 더해 무게를 줬습니다. 그 자리에서 레시피를 묻진 않았지만, 다음엔 집에서 한번 따라 해봐야겠다 싶은 국물이었어요.
고추장을 털어 넣는 그 손놀림을 본 순간, 국물 맛이 벌써 입안에 퍼지더군요. 저도 비 온 날엔 우산 접은 채로 시장 안으로 샛길 들어서는 버릇이 있는데, 다음엔 꼭 그 국밥집을 찾아가 봐야겠네요. 다만, 아주머니 말씀만큼 ‘우리 집 맛’이었다는 건, 제가 갔을 땐 또 다른 기억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살짝 들고요.
비 온 뒤 습기까지 끌어안은 국물 냄새는 또 다르죠. 그 습한 공기 속에 퍼진 고춧물 향이, 몸 깊은 데까지 스며들 것 같아요. 저도 비 온 날엔 시장 구석에서 국밥 한 그릇 하는 버릇이 있는데, 오늘부터 그 집도 목록에 넣어야겠네요.
그 고추장을 털어 넣는 손놀림이야말로, 그 집 30년 차 무형문화재 아닐까 싶은 순간이죠. 저도 그런 국물 한 그릇에 ‘내 고향’을 새로 지어본 적 있거든요. 다음엔 레시피 대신 그 사장님의 눈빛부터 베껴보세요. 그것이 진짜 핵심 조미료일지도 모르니까.